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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에 있어 국제 협력의 필요성
원자력발전 선행 영역인 전기 생산 분야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경쟁의 구도를 형성한다. 그러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는 후행 분야는 성격이 다르다. 이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국제적 협력이 중심이 된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전 세계 원자력발전 국가들의 공통 관심사이다. 핵비확산, 재처리 기술의 상용화, 심층 처분장 부지 확보 등은 모든 국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런 이유로 ‘동병상련’의 인식이 자리잡아 후행 분야에서는 협력적 분위기가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원자력 발전을 도입했지만, 미주와 유럽의 주요 국가는 이미 1950년대부터 원자력 이용을 시작했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우리보다 30년 이상 많은 경험을 축적해 왔고, 이러한 격차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경수로 원전의 수명 연장 문제와 함께 사용후핵연료 관리가 세계적인 과제로 부상하면서, 이제 우리 역시 선진국과 동일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포화, 수조 재장전(reracking), 건식저장, 원자로 해체 및 부지 복원, 최종 처분장 건설 등은 피할 수 없는 단계다. 결국 우리나라는 국제적 경험을 공유하고, 교훈을 배우며 대응 전략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IAEA 국제공동연구와 이번 워크숍 공동 개최의 성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80년대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국제 전문가 연구모임(CRP: Coordinated Research Project)을 꾸준히 개최했다. 이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리가 과학적으로 안전하게 가능하다는 점을 전 세계에 입증해왔다.
이번 한국에서 열린 IAEA 워크숍은 그간 축적된 국제 연구 성과를 총망라한 자리였다. 사용후핵연료의 건전성, 저장 및 운반용기의 안전성에 관한 최신 연구가 공유되었고,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안전관리 기준이 재확인됐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국내 공동 개최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통상 IAEA 회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본부에서 열리며, 국내에서는 소수의 전문가만이 참석할 수 있었다. 따라서 회의에서 얻은 정보가 널리 확산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처럼 특정 국가에서 직접 행사가 열리고 공개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 국가에는 정보 확산 효과가 크게 확대된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국제적 정보와 세계적 흐름이 국내 연구자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과 대중에게까지 폭넓게 전달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워크숍 개최를 통해 확인된 공단의 노력과 의의
각 나라에는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전담 기관이 존재한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각 기관은 자국의 활동과 성과를 알리고, 국제적 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를 가졌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역시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공동 주최하며, 우리나라의 관리 경험과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제정된 고준위방폐물 관리 특별법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추진할 여러 연구와 사업의 제도적 기반이 된다. 공단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이러한 법적·제도적 성과와 향후 계획을 국제 사회에 소개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전개될 국제공동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분야에서 지속적인 국제 기술교류의 필요성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기술적 차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관리시설 주변 주민들의 수용성, 제도와 법률의 정비, 방폐기금과 같은 재정적 기반, 정부 정책의 일관성 등 복합적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제 기술교류는 단순한 연구 성과의 교환을 넘어, 사회적·제도적 해법까지 공유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우리보다 앞서 수십 년간 시행착오를 겪어온 선진국들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는 우리가 같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귀중한 교훈이 된다. 동시에 우리나라가 개발한 기술과 경험 역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확산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국민에게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
앞으로도 사용후핵연료 관리 분야에서 국제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기술과 제도를 포괄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은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동학박사의 의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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